
AI 컴퓨팅 파워와 신에너지라는 두 가지 성장 동력에 힘입어,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 산업이 다시 한번 수급 불균형(공급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흔히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MLCC는 해당 분야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필수 전자 부품입니다.
AI 서버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이들 시스템에 탑재되는 MLCC의 사용량도 두 배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AI 서버용 MLCC 수요는 2025년 대비 2030년에는 약 3.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폭발적인 수요는 고사양 MLCC의 가격 상승을 직접적으로 유발했습니다. 나아가 제품 주문 후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리드타임)도 기존 8주에서 최대 20주, 길게는 6개월까지 대폭 늘어났습니다. 일각에서는 업계가 사상 최장기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의 이면에는 종종 간과되지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티탄산바륨(Barium Titanate)입니다.
티탄산바륨(BaTiO3)은 전형적인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결정 구조를 띠며, 높은 유전율, 강유전성, 압전성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다양한 전자 부품에 두루 쓰이는 ‘만능 소재’로 통하며, ‘전자 세라믹 산업의 기둥’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MLCC는 티탄산바륨이 활용되는 가장 중요한 분야입니다. MLCC 내부에서 세라믹 유전체 층은 핵심 부품으로, 그 성능이 정전용량, 내전압, 주파수 특성 등 주요 지표를 직접적으로 결정합니다. 티탄산바륨은 이 유전체 층의 주원료로서, MLCC 원가에서 약 70%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5G, 신에너지차(NEV),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흥 분야의 급격한 성장이 티탄산바륨에 대한 수요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에너지차용 MLCC는 영하 40도에서 영상 150도에 이르는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특수 도핑 및 개질 처리를 거친 티탄산바륨 유전체 소재를 필요로 합니다. 마찬가지로 AI 기기와 IoT 센서 또한 대량의 초소형 MLCC와 저전력 메모리 부품을 필요로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나노미터 단위의 입자 크기와 높은 균일성을 갖추는 동시에, 최적화된 강유전성 및 압전성 특성을 지닌 티탄산바륨 분말이 필수적입니다. AI 연산 성능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질수록 MLCC에 사용되는 티탄산바륨에 요구되는 사양 또한 더욱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MLCC에서 고용량과 초박형 층을 구현하려면 분말 입자의 미세화와 유전체 시트의 박막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공정에는 고품질의 핵심 소재, 첨단 생산 설비,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제조 기술이 요구됩니다.
고성능 티탄산바륨 분말은 단순한 화학 범용 제품이 아닙니다. 높은 기술적 진입 장벽과 생산 능력 확대의 어려움은 현재 업계 공급망이 직면한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